지방산

민둥산(1,119m) - 강원도 정선군 남면

淸巖 2012. 2. 29. 11:56

민둥산은 동쪽으로 맥을 이루며 남북을 달리는 백두대간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정상주능선에 나무가 없고 광대한 면적에 억새초원이 형성된 특이한 산이다.

정선군 남면에도 무릉리가 있다. 무이, 무릉이라는 이름이 들어있는 지역은 그곳이 아름다운 고장인가 아닌가 여기저기 알아보거나 근거를 뒤져보거나 할 필요도 없이 자연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월군 수주면의 무릉리가 그렇고 평창군 흥정계곡의 무이리가 그렇고 이곳 정선 남면 무릉리가 그렇다. 정선에서 화암약수쪽으로 들어가는 도로변도 아름답지만 9.6km정도 가다가 쇄재라는 높은 고개를 넘으면 함백산, 백운산, 금대봉 서쪽에서 흘러내리는 동남천의 유역이 된다. 여기서부터 함백산까지의 계곡풍광이 아름다운 것이 무이구곡의 풍광을 연상하여 이곳 이름이 무릉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단 하나 물빛만은 흙탕물이다. 이곳 상류의 사북읍, 함백산일대가 채탄지역이기 때문이다.

흙탕물이라기 보다는 카바이드색깔에 가까운 회색 흙탕물이다. 무릉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고장이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한국이 세계로 비상할 수 있는 터전이 된 에너지인 무연탄의 산지이었던 것이다. 무연탄으로 밥을 짓고, 전기를 만들고 산업기지에서 보일러를 돌렸으며 무연탄이 서민들을 혹독한 겨울추위로부터 보호해주었다. 그때 무연탄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경제성장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모르긴해도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산이 벌거숭이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 중요한 무연탄이 지금은 난방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된 지금도 일부 수요를 위해 한정적인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 있는 것인지 물빛깔은 무릉리에 어울리지 않는 회색인 것이다.

물빛깔에 대해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은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 물빛깔 때문에 오늘의 한국경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별어곡을 지나 증산으로 가는 길에서 본 두리봉과 민둥산 사이의 계곡은 곳곳에 단애가 펼쳐지고 돌단풍이 아름다워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10만 분의 1 지도에 보이는 무릉담이라는 경관도 그 단애아래 어딘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흙탕물이 휘돌며 흘러가겠지만. 민둥산의 모산은 함백산이다.

함백산은 두갈래의 중요한 산맥을 서쪽으로 뻗어내리는 산이다. 하나는 정선군과 영월군의 경계를 이루며 서북서쪽으로 뻗은 함백산(1573m) -백운산(1426m) -두리봉(1466m) -죽렴산(105) -곰봉(1015m)줄기로 그 맥은 영월 동강에 와서 주저앉는다. 이 맥에는 우리나라 유수의 대탄전들이 몰려있다. 또 하나는 함백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가다가 싸리재 북쪽에서 금대봉으로 가는 백두대간과 헤어져 북서쪽으로 뻗어가는 줄기로 위의 줄기보다 현저하지는 않지만 1000m대의 고도를 유지하는 줄기이다. 이 줄기는 백운산-두리봉 줄기와 함께 이곳 무릉리 계곡(동남천계곡)을 만드는 산줄기이다. 이 줄기 역시 영월동강까지 길게 이어지다가 숱한 절경을 만들어놓고 강으로 곤두박질한다.

민둥산은 이 산줄기 중간쯤에서 곁가지를 치고 계곡으로 더 가깝게 나 앉은 산이다.
주위의 산들중 함백-두리봉 줄기가 상당부분 1400m의 고도를 보이는가 하면 조금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 역시 1300m대인데 비해 민둥산은 1200m도 안되니 낮은 산이긴 하다. 그러나 민둥산은 낮은 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조망이 시원한 산이다.


 

[산행코스]: 증산초등학교~발구덕 갈림길~민둥산~화암약수 갈림길~주차장~삼내약수